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데이트레이딩

나는 오늘 경마장에서 한 여자를 보았다.코멘트11

          • 아래글은 제글이 아니고..경마장에서 알고지내시던 형님의 글입니다.


        • 경마에서 깡통을 차든...주식에서 깡통을 차든...

        • 돈없으면 나만 고생인것 같습니다..



        • 심심풀이로 읽어보시라고 올려봅니다 ㅎㅎ


        • 글에 뼈가 있으니 잘 새겨 읽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^^

        • 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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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    • 나는 오늘 경마장에서 한 여자를 보았다.

          사년 전 본장 이층 1번 홈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인 채로 내 눈에 포획이 된 것이다.
          베이지색 치마에 베이지색 브라우스.....
          큰 눈에 검은 단발머리....
          계란형의 얼굴에 안타까울 정도로 창백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년은 요망한 계집이고 잡년이다.

        • 만일 님들이 이 년을 보게 되면 그녀의 쓸쓸한 얼굴에 현혹되지 말고....
          그녀의 은근한 유혹에 마음 들뜨지 말라.....
          남자라면 한 번은 갖고 싶은 아름다움을 가진 이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는 순간 당신의 삶의 일부는 파괴 될 수 있다...
          자칫하다간 삶의 일부뿐 아니라 삶 전체가 끝장이 나버릴 수 있다.
          내 기억을 더듬자면 그녀는 남자를 쏘는 사냥꾼이다.
          남자로써는 피해나기 어려운 남자를 쏘는 사냥꾼.....

        • 이 여자는 사년전 그 때도 혼자였고....오늘도 혼자였다....
          우울한 얼굴에 마판의 아편 따위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.
          왜 이런 여자가 마장에서 혼자 있을까....?
          이리도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서있는 것조차 힘이 드는 듯 벽에 몸을 의지하고 혼자 있는 것일까....?
          사년 전 그녀가 우리  무리 한 편에서 그렇게 나타났을 때 나는 그녀의 그런 안쓰러운 모습에 마장의 아편이 제대로 되지 못할 정도였다.

        • 내 눈은 끊임없이 그녀를 따라 다녔고....
          그녀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의 관심을 느끼기라도 한 듯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.
          이따금씩 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내 눈을 피하는 법도 없이 가만히 웃기만 했다.
          그런 그녀의 모습이 예뻣고....
          그녀를 향한 내 근질근질한 잡놈의 근성이 발동하기 시작했다.

        • 접근 첫 날....
          나는 아예 경마를 포기하고 그녀에게 접근했다.
          [혼자신가요?]
         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.
          [예....]
          [경마를 안 하시는 것 같은데....?]
          여자는 예쁘게 보조개를 만들며 웃었다.
          [전 경마는 몰라요?]
          [모르면서...?]
          [제가 아는 사람이 경마에 도통한 사람이 있거든요....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그 사장님이 몇 마리 말을 뽑아 주면서 연식만 사라고 해서요....]
          [....!]
          [그러면 사채를 하는 것보다 낫다고....]

        • 나는 어처구니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.
          [그래서 연식만 하시는 건가요?]
          그녀는 자랑스럽게 마권 두 장을 내게 내 보인다.
          삼 번에 연식 두 장.....
          삼번은 들어왔고....연식 배당이 1.8배이니 십육 만원을 딴 셈이다.
          나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.
          [들어왔기 망정이지 안 들어 올 경우 연식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타격이 커요.]
          여자의 음성이 자랑스럽게 변한다.
          [거의 다 들어오던걸요....]
          [....!]
          [그 사장님이 불러 준 말에 연식만 해서 꽤 괜찮았는걸요....]
          [.....!]
          [어차피 장난인데요 뭘....재미삼아 해보는 건데 돈 몇 백 잃는다고 뭐 어때요...]

        • 나는 놀라지 않을 수없었다.
          장난으로 재미 삼아 하는 것이라고....?
          돈 몇 백 쯤 잃어도 상관없다...?
          당신이 그렇게 돈이 많은 여잔가?
          나는 비웃어 버리려다 말고 정중히 물었다.
          [꽤나 돈이 많으신 모양이군요....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우리들은 돈 몇 백에 죽고 사는 놈들인데요.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무슨 사업하고 계신가요?]

        • 여자의 눈빛이 은밀해 졌다.
          [알고 싶으세요?]
          [예....]
          [전 사채를 하고 있어요...잠실에서 사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죠...]
          [...!?]
          [직원 열 명을 두고요.]

        • 두 번째 날.....
          나는 우리  무리들과 마장을 향하면서 그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.
          그녀는 잠실에서 큰 사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.
          직원만도 이십 명이 넘는다.
          나는 열 명에 열명을 더해 그녀를 신격화시키기 시작했다.
          돈이 엄청 많아서 돈 몇 천 쯤 잃어도 꿈쩍도 않을 여자다.
          그 외에도 그녀를 신격화시키기 위해 나는 우리 무리들에게 그녀에 대한 이런저런 거짓말을 늘어놓았다.
          내 말은 적어도 우리 아편 무리들 사이에서는 신용이 있었으므로 곧 그들의 가슴에 불을 당겨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.

        • 사실을 말하자면.....
          우리 잡놈 패거리들 중에는 이미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.
          그녀의 주위에서 얼쩡거리며....
          그녀와 몇 마디 말이라도 건너고 나면 무슨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으쓱대곤 했으니까.
          아무튼 나 또한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.
          오늘은 기필코 그녀와 커피라도 한 잔 나누고 말리라.
          마장의 이백원짜리(지금은 백원) 커피가 아니라 마장 밖의 삼천원짜리 커피를....
          다른 잡놈들이 이 여자를 채가기 전에 내가 손을 써야 한다.
          그 날 내 각오는 남달랐다.

        • 그 날도 어김없이 그녀는 나타났고 나를 향해 활짝 웃어 주었다.
          조짐이 좋다.
          저 여자도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.
          은근한 자랑스러움이 나를 들뜨게 했다.
          3경주가 끝나고 나는 그녀에게 접근했다.
          [커피 한 잔 하실래요?]
          [예....]
          [마장의 커피가 아니라 밖에서....]
          여자는 웃으면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.
          [좋아요...]
          우리 둘은 비밀리 아편장을 빠져 나왔다.

        • 달리는 차 속....
          그녀에게 물었다.
          [아이는 몇 인가요?]
          [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...]
          (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...?)
          (그렇다면 혼자 사는 여자란 말인가?)
          나는 갑자기 그녀가 두려워졌다.
          혼자 사는 여자는 남자를 알게 되면 그 남자를 독차지 하려는 욕심이 있다.
          그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는 경험해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를 것이다.

        •  
        •  
        •  
        • 나는 그녀로부터 마음으로 한 발짝 물러서면서 물었다.
          [독신인가요?]
          그녀는 쓸쓸히 고개를 저었다.
          [결혼이야 했었죠....속아서 한 결혼....]
          (속아서 한 결혼...?)
          [남편이란 작자는 결혼 전부터 불치의 병을 앓고 있었어요....지금도 요양원에 있구요...]
          [....!]
          [병 치닥거리도 이젠 신물이 나네요...이런 이야기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....]
          나는 더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그만 두었다.
          쓸쓸히 차창 밖을 바라보는 그녀가 너무 안돼 보였기 때문이다.

        •  
        • 차가 남태령을 넘어 공사를 하다 중단한 우성아파트 옆 환승주차장에 멈추었다.
          건너편에 솟아있는 호텔을 방불케 하는 모텔들이 즐비하게 서있었다.
          나는 그 때 확신하고 있었다.
          그녀가 내게 원하는 것은 커피도 술도 그 어느 것도 아닌 아늑한 모텔의 객실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.....
          그런 그녀의 은근한 바램이 나를 더욱 불안으로 휘몰아 갔다.

        • 이 여자...
          혹시 꽃뱀이 아닌가?
          나를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...?
          그때부터 나는 이 불편한 자리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에 온 신경이 모아졌다.
         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었다.

          ----예...방사장님...
          내일 입금해 드릴께요.
          제 돈만 써 주시는 사장님이까 특별히 이자는 3부로 해드린 거예요.

        • 그녀는 백을 열었다.
          큰 공책에 견출지가 빽빽히 붙은 한 페이지를 열었다.
          방사장이라고 써있고....
          그녀는 가늘고 예쁜 손가락으로 확인하듯 짚어가며 말한다.
          [그러니까....이번 5천까지 하면 총 일억삼천이네요....]
          나는 그녀의 사채 공책만으로도 그녀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으며 정말로 큰 사채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 버렸다.

        • 그래도 나는 그녀가 두려웠다.
          어디까지나 그녀는 혼자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독신녀니까....
          내 가정을 위해 좀더 그녀를 살펴둘 필요가 있다.
          오늘의 태도로 보아선 이 여자는 내가 원하면 언제든 은밀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.
          서두를 필요가 없다.
          나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.

        • 밖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갈긴 후....
         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.
          아직도 통화중인 그녀가 볼 수 있도록 헛 전화를 걸었다.

          ---어 그래!
         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거야!
          갈께...!
          기다리고 있어!

        • 나는 헛 전화를 끊고 차에 몸을 실었다.
          나의 바쁜 태도에 큰 눈으로 그녀가 물었다.
          [무슨 일 있어요?]
          [예...아들놈이 갑자기 쓰러졌다는군요...죄송합니다...빨리 집에 가봐야 겠어요...]
          여자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.
          [어서 가보세요...저는 여기서 내릴께요...전철을 타면 되거든요....]
          [그러시겠습니까?]
          여자가 차에서 내렸고, 나는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그 자리를 떠났다.
          그런 내 손에는 그녀가 건네 준 그럴 듯한 명함 한 장이 있었다.

          0000파이넨스 대표 000

          이 명함은 가일층 우리 내 잡놈 패거리들의 가슴에 불을 당겨놓은 꼴이 되었다.

        • 삼일 째.....
          나는 그녀를 의도적으로 피하기 시작했다.
          무언가 명쾌하지 못한 것이 그녀로부터 느껴졌기 때문이었다.
          그리고....
          나를 쫒던 과녘이 옮겨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.

        • 우리 내 잡놈 패거리들 중에 아랑드롱을 뺨치는 건달 형이 한 명 있었다.
          짙은 눈썹에 훤칠한 키....
          여자들을 향해 눈웃음을 치면 여자들이 오줌을 질금거릴 정도의 미남인 형.....
          노래 솜씨도 보통을 넘는....한 때는 가수가 꿈이기도 했던 형....
          우리 동내 한 음식점 여주인은 그 형과 하룻밤만 잠을 자 봐도 원이 없겠다는 얼빠진 여자가 있을 정도로.....
          그녀의 화살을 메긴 화살의 과녘이 바로 그 형에게 옮겨진 것이다.
          둘은 식당에서 다정히 음식을 먹기도 했었고....커피를 마셨으며....
          허공에서 섞이는 두 사람의 눈빛이 남다르다는 것을 촉 좋은 내가 간파해 낸 것이다.
          어느 날....
          나는 형에게 기습했다.

        • [형 그 여자 조심해.....]
          [누구 말이냐?]
          [경마장 그 여자 말이야?]
          형이 웃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.
          [정숙씨....그 여자 대단한 여자야....돈이 엄청나게 많아....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사채를 이십억 이상 굴리고 있다니까...이자가 최하 삼부래....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밑에 진상치는 애들을 데리고 있어서 돈 뜯길 일이 없대...밑에 있는 김부장이라는 사람이 장안에서 알아주는 진상꾼이라는 거야...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생각해 봐라....이십억에 삼부만 잡으면....한 달에 육천만원....]
          마치 자기 돈이나 되는 것처럼 자랑을 늘어놓는 형이 가소로워 일침을 놓았다.
          [그 여자가 얼마나 돈이 있든...얼마를 벌든...형하고는 하등에 상관이 없는 일 아니야...]
          나의 말을 짓이기듯 형의 자랑이 절정을 이루었다.

        • [그 돈이 내 돈....내 지갑이 될 수도 있는 일 아니냐...]
          [....!]
          [그 여자가 뭐랜 줄 아냐?]
          [....]
          [나더러 운전을 배우라고 하더라....남자가 차도 없이 뭐하는 거냐고....내가 면허증만 따면 최고급승용차를 사준다고 했다니까...]
          [....!?]
          [그래서 어제 나 운전면허 딸려고 학원에 등록했다.]
          나는 놀래서 물었다.
          [그 여자하고 갈 때까지 간 거야!]
          [짜식....그걸 말이라고 하냐....!]
          [.....!]
          [나한테 걸려들어서 온전한 여자 봤냐?]

        • 마요일을 열 번 쯤 뛰어 넘어.....
          나는 소문 하나를 접수했다.
          형이 옷가게를 처분했다는 것이다.
          형은 비록 건달이었으나 형수는 예쁘기도 했었지만 생활력이 강한 여자였다.
          상냥했고 화를 낼 줄 모르는 형수였으니 당연히 옷가게는 단골손님이 많았고 꽤나 수입이 좋은 가계였다.
          그런 옷가게를 처분했다니....!

        • 언젠가부터 형은 마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고.....
          동내 하우스에도 얼굴을 비치지 않고 있었다.
          물론 형은 그 여자와 미쳐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고....
          그런 형을 짐작하고 있었던 나인지라 형의거취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었는데....
          갑자기 옷가게를 처분했다니....!

        • 나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어서 형에게 전화를 때렸다.
          내가 사실이냐고 묻자 형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.

          ---나라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라는 법 있냐?
          나도 사채사업 한 번 해봐야 쓰것다.
          나야 뭐 아직 경험이 없으니까 우선은 정숙씨 도움을 받아야지 뭐.
          가계 처분한 돈하고....전세 돈 사글세로 돌린 돈하고....
          여기저기서 긁어모으니 한 일억 되드라....

          ---일단은 그 돈 정숙씨한테 맡겼다.
          월 5부 이자는 보장해 준다드라....
          내가 그 일 배울 때까지 그 이자를 챙겨 준다니 얼마나 고맙냐?

          나는 화가 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....
          너무도 들떠있는 형에게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.
          다만 전화를 끊으면서 이 말만은 남기지 않을 수 없었다.

          ---형 조심해.
         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는 것이 우리 인생살이야.

          ---설마 내 돈 장난치겠냐?
          내가 좋아서 죽고 못사는 여자야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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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    •  

        •  
        •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으리라....
          나는 느닷없이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.
          그 전화는 뜻 밖에도 옷가게 형수로부터의 전화였다.
          집으로 잠간이라도...아주 잠간이라도 와줄 수 없겠느냐는....
          전화 속에서 드려오는 형수의 음성에는 울음이 담겨 있었다.
         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간절한 바램을 담고 있었다.
          나는 거절할 수 없었고...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나는 형수 집으로 달려갔다.

        • 열 두자, 열 석자의 단칸방에 살림으로 빽빽이 쌓여 있는 방에 형수가 혼자 있었다.
          이미 빈 소주병 둘에....반쯤 비워진 소주병 하나....
          안주는 배추김치 하나만이 이상한 울림으로 덩그라니 놓여있었다.
          그 예쁜 형수의 얼굴은 얼마나 울어댔는지 퉁퉁 부어있었고....
          산발한 머리는 울고 있는 형수의 얼굴을 반쯤은 덮은 채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.
          형수는 서있는 나를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 소주잔을 단숨에 비웠다.

        • [나 오늘 준철이 아빠와 이혼 했네요...]
          눈물을 섞은 형수의 음성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.
          너무도 놀라서 할말을 잃고 있는 나의 귀로 눈물 젖은 형수의 음성이 흘러들었다.
          [어쩌면 남자들이 이럴 수 있는 거죠?]
          [....!]
          [세상에 어쩌면...어쩌면....]
         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 형수의 얼굴엔 처참한 분노와 눈물이 뒤섞여 미친 여자의 혼돈을 일으키고 있었다.

        • [그래도 마지막으로 준철이 아빠를 붙들어 보려고 준철이와 법원 앞에서 그 작자를 기다렸네요.]
          [...!]
          [택시에서 보란 듯이 그 작자와 사채를 한다는 여자가 나란히 내리는 것을 본 순간 내 눈에 천불이 났네요.]
          [나도 모르게 그 여자 머리카락을 붙잡았죠.]
          [그때 내 눈에 불이 번쩍이더라구요.]
          [그 작자가 내 뺨을 후려갈긴 거죠.]
          [준철이가 보는 앞에서....]
          [몇 대를 그렇게 계속해서 얻어맞고 얼판에는 쥐세끼처럼 비참하게 바닥에 나가 떨어지고....]
          [보다 못한 준철이가 그 작자에게 덤벼들며 악을 쓰지 않았다면 나는...나는....]

        •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는 형수가 가여워 견딜 수가 없었다.
          세상에...착하기만 한 형수를....
          아무리 그 여자에게 정신이 나갔기로서니 아들이 보는 앞에서...
          그 여자가 보는 앞에서 형수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단 말인가!
          평생을 노름판에서 건들거리면서 이 여자 저 여자 기웃거리며 살던 형이....
          묻지마 관광이란 관광은 단골로 찾아다니던 형이....
          집 안의 세간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도 모르는 체 자기만 즐겁게 살면 되는 거라며 으스대듯 형수의 희생을 딛고 살았던 형이....
          자식들을 위하여....형을 위하여....
          그렇게나 묵묵히 소처럼 일만 했던 형수를 그토록 비참하게 만들었단 말인가!

        • 형수는 잔을 계속해서 비웠고...
          그런 형수를 나는 말릴 수가 없었다...
          형수의 얼굴로는 술취한 눈물이 범람하듯 흘렀고....처절한 넋두리가 이어졌다.
          [나는 그 순간 맹서를 했네요...이혼 하기로...]
          [준철이를 데리고 한 번은 사정해 볼 요량이었는데...그 순간...그 작자를 포기했네요.]
          [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네요....포기하지 않을 수.....]
          이 처참한 상황에서도 형수의 음성에서는 형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.
          연민이 남아 있었고....떠나보낸 남자에 대한 괴로움이 남아 있었다....
         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졌다.
          그리고 이 순간에서야 형수가....
          그것도 술이 취한 채로 나를 부른 이유를 희미하게나마 알수 있었다.

        • 포기했다고 하면서도....
          포기하지 못한 아픔을 이겨내지 못한 채로....
          나로 하여금 형을 만나 한번만이라도 형수를 대신해 사정해 달라는 그 애닯은 하소....
          비록 말로 나를 붙들고 애걸하지는 않았으나....
          나는 충분히 갈기갈기 찢기는 마음으로 울고 있는 슬픈 하소를 알 수 있었다.

        • 나는 그만 눈물이 핑그르르....돌고 말았다.....
          어찌하여...
          도판을 서성이는 남자들의 아내들은 왜 이토록 가엾기만 하는 것인가?

          왜...왜...?

          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-

        • 그러나 그 날 이후로는 형을 볼 수가 없었다.
          형의 핸드폰 번호도 바뀌어 있었고....그 여자의 핸드폰 번호도 바뀌어 있었다...
          잠실에 있다는 그녀의 사무실은 이미 어떤 건설사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으므로 형을 찾아 사정해 볼 기회는 전무해저 버렸다.
         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....
          형수는 동네 음식점 서빙을 하면서 힘든 생활을 해갔다.
          하루가 다르게 얼굴은 초췌해졌고, 그런 형수를 바라보는 내 마음 또한 편치 않았다.

        • 그런 형수에게 남자가 생겼다.
          서빙하는 음식점 반대편에 위치한 금성(지금은 L.G)전자 대리점 사장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.
          나는 한 편으로는 그렇게 망가져 가는 형수가 서운했으나 그것은 누구도 형수를 탓할 수 없는 일이었다.
          어쨌든 형수는 애인이 있다는 꼬리표 하나를 달고 서빙 일에도 손을 떼었다.
          그 이후....
          형수에 대한 좋지 않는 소문들이 간간히 들려오기는 했으나 내가 형수를 직접 본 일은 없었다.

        • 그런데 지난 일요일.....
          제주 교차경주가 막 끝나고 사당동점 삼층에서 그 여자를 보았다.
          마땅히 같이 있어야 할 형이 그 여자 옆에는 없었다.
          간간히 소문에서 들었던 것처럼 형은 알거지가 되어 그녀와 결별했다는 사실이 확인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.
          혼자서...그녀 혼자서....
          내가 처음 그녀를 보았을 그 때처럼 벽에다 몸을 걸친 듯 힘없이 그녀가 서있었다.
          그 우수에 젖은 얼굴로.....
          안타까우리만큼 병색이 짙은 파리한 얼굴로....


        • 그렇다.
          그녀는 분명히 또 다른 먹이 감을 구하기 위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.
          나는 그녀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순간 그녀의 힘없는 시선이 운명처럼 내 얼굴을 향했다.
          순간적인 눈빛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언제 나를 보았느냐는 식의 냉정함이 깃들었다.
          그 표정 그 눈빛에서 내가 자칫 서툴게 굴다간 큰 창피를 당할 것 같았다.
          나는 일단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화장실에서 소변을 해결하면서 칠층에 우글거리고 있는 원정군들을 향해 핸드폰을 때렸다.
          삼층으로 와 달라는.....

        • 그러나 그녀는 내가 소변을 해결하는 사이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.
          그때부터 나의 경마는 엉망이 되었다.
          전 층을 뒤지고....또 뒤지고.....
          일요일 날 내 아편은 결국 올인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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